갤러리현대: 재불작가 신성희 개인전 해체한 추상화를 엮고 꼬고 박음질
Galerie Hyundai : Exposition personnelle de Shin Sung-hee, artiste vivant en France Tissage, torsion et couture de peintures abstraites démontées
3차원적 입체와 부피감을 전시 ‘꾸띠아주, 누아주’
‘Coutiage, Nuage’ présentant des solides et des volumes tridimensionnels
잘린 색띠를 틀이나 지지체에 묶어 그물망을 만들면 신성희(1948∼2009) 작가의 ‘누아주’ 회화 (엮음회화)가 완성된다.
또 색칠한 캔버스를 일정한 폭으로 재단하고 바느질이나 재봉틀로 박음질해 솔기가 드러나게 이으면 ‘꾸띠아주’ 회화(박음회화)가 만들어진다.
회화에 평면성을 파괴하고 3차원적 입체와 부피감을 도입했던 신성희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전시 ‘꾸띠아주, 누아주’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지난 5일 시작했다.
전시 제목의 ‘누아주’와 ‘꾸띠아주’는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입체로 확장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변하는 단어다.
프랑스어로 ‘맺기’, ‘잇기’라는 뜻의 누아주는 캔버스 색띠를 엮거나 묶는 기법을, 꾸띠아주는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재단하고 박음질로 이은 기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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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 세계는 10년 주기로 변화했다.
1970년대 실제 마대 위에 극사실적으로 마대를 묘사했던 ‘마대회화’ 시리즈에 이어 프랑스로 활동 무대를 옮긴 1980년 이후인 1983∼1992년에는 채색한 판지를 찢어 콜라주 하며 화면을 직조했던 ‘콜라주’ 시리즈를 작업했다.
이후 1993∼1997년에는 꾸띠아주 시리즈, 1997년부터 200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누아주 시리즈로 점차 작업 세계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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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마대회화를 제외한 콜라주 시리즈와 꾸띠아주, 누아주 시리즈를 모았다.
1층에서는 프랑스 파리와 한국에 오가며 서울 성북동 작업실에 머물던 시기 누아주 시리즈가 놓였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회화로부터’는 맨 위에 놓인 붓에서 캔버스에서 잘라낸 색띠가 그물처럼 이어지는 작업으로, 평면 붓질에서 시작해 평면성을 넘어 입체와 평면이 하나가 됐던 작가의 작업 세계를 함축한 듯하다.
지하 전시장은 콜라주 시리즈와 꾸띠아주 시리즈로 구성됐다.
꾸띠아주 시리즈 중 ‘연속성의 마무리’는 앞뒷면을 모두 볼 수 있게 천장에 매달린 채로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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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된 누아주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추상화가 그려진 캔버스에 정교하게 칼집을 내고 다른 평면 추상화에서 잘라낸 색 띠를 엮은 ‘평면의 진동’ 연작과 공간감이 두드러지는 ‘공간별곡’ 연작, 꼬리가 긴 색띠들이 촘촘하게 매듭지어진 ‘결합’ 연작 등이다.
전시에서는 또 작가가 23살 때인 1971년 완성한 3부작 회화 ‘공심'(空心)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창문 밑에 누워있는 인물의 모습이 점차 왜곡되어가는 모습을 벽지에 표현한 작품으로,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작가는 생전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 프랑스 국기의 3색 색띠를 이용해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지만 2009년 세상을 떠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전시장에서 상영되는 영상에서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내용이 소개된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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