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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윤정희 보낸 백건우 “죽음 받아들이는 것도 참 중요”

故윤정희 보낸 백건우 “죽음 받아들이는 것도 참 중요”

Actrice Yoon Jeong-hee : Paik Kun-woo “Accepter la mort est aussi très important”

장례 미사에 쓰인 진혼곡 직접 골라…”천사가 천국 인도한다는 뜻”

“한국 영화역사에 남을 훌륭한 배우 존경·존중해달라”

영화배우고(故) 윤정희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7·오른쪽)가 고인을 프랑스 파리 외곽 뱅센의 묘지에 안치한 뒤 딸 진희(46) 씨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2023.1.30 runran@yna.co.kr

 

한불통신-ACPP) “우리가 삶을 받아들이듯,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죽음을) 어떻게 아름답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거겠죠.”

영화배우 고(故) 윤정희의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77)는 30일(현지시간)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한 아내와 영원히 이별하는 심경을 이같이 표현했다.

아내와 사별한 후 언론에 입장을 밝힌 적이 없는 백건우는 이날 오후 고인이 영면에 든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뱅센 묘지 앞에서 연합뉴스의 질문에 답했다.

백건우는 “(고인이) 40년 이상 살았던 여기(뱅센)에서 본인이 원한대로 조용히 갈 수 있었다”며 “오늘 장례식이 조용히, 차분하게 끝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사에 남을 훌륭한 여배우를 존경해야 할 것 같다”며 “살아있는 사람을 존중하듯 죽은 사람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배우로서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로서, 사랑하는 아내로서 고인은 어떤 분이셨느냐고 묻자 “지금은 이야기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백건우는 이날 장례 미사에서 사용한 진혼곡을 직접 골랐다.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 작품 48에 수록된 일곱 번째 곡 ‘낙원에서'(In Paradisum)다.

그는 이 곡에는 “천사가 이 사람을 천국으로 안내한다는 뜻”이 담겼다며 “(죽음이) 무겁고, 시커멓고,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희망 있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응한 백건우는 담담해 보였지만, 목소리는 깊게 잠겨있었다.

고인을 태운 운구차가 화장터로 떠날 때 한참을 바라보던 백건우의 왼손 약지에는 여전히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백건우는 고인을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문화행사에서 우연히 만났고, 고인이 2년 뒤 프랑스로 영화를 공부하러 유학 왔을 때 파리에서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다.

1976년 재불화가 이응노(1904∼1989) 화백의 자택에서 주변 지인만 초대한 채 고인과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 백건우는 47년 뒤에도 아내를 조용히 떠나보냈다.

이날 고인을 위한 장례 미사에는 백건우와 딸 진희(46) 씨 등 유족과 친지 외에 영화감독 이창동, 최재철 주프랑스 한국대사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현혜란 특파원 = 피아니스트 백건우(77)가 30일(현지시간) 아내 고(故) 윤정희가 안치된 묘지 앞에서 가족, 지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3.1.30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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