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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 입양된 남매에게 한국 이야기는 금기였다

Parler de la Corée était tabou pour un frère et une sœur adoptés en France.

입양 한인 셀린 리스토르 한국뿌리협회장, 17년 만에 방한
“아픔 마주하고 용서해야…딸에게 한국적 뿌리 물려주는 건 의무”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7년 만에 방한한 프랑스 입양동포 셀린 리스토르 한국뿌리협회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2.12 raphael@yna.co.kr

한불통신-ACPP 2023-12-12 ) “백인 가정에서 오빠와 함께 자랐기 때문에 안정감을 느꼈고, 전혀 외롭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빠는 제게 큰 지표 역할을 해줬어요. 물론 꽤 오랫동안 우리한테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였죠.”

프랑스 최대 규모 입양인단체 ‘한국뿌리협회’의 셀린 리스토르(한국명 윤미현·49) 회장은 1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연합뉴스와 만났다.

“우리 남매는 굉장히 서로를 지지하면서 가깝게 지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리스토르 회장은 “입양될 때 내가 3살, 오빠가 7살이었기 때문에 오빠는 당시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는 기억한다”며

“자기가 버려졌다는 생각이 오빠의 마음 안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외동포청이 입양 동포와 모국과의 유대감 형성과 동포 간 연대를 위해 마련한 ‘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7년 만에 방한했다.

2006년에는 혼자 왔지만, 이번에는 딸 릴라(12)가 옆에 있다.

1974년 4월 6일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할머니에 의해 오빠와 함께 같은 보육원에 맡겨졌다.

이후 1977년 초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 파리 남부 교외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리스토르 회장처럼 입양된 한인 중에 친형제가 같은 가정에 입양된 사례는 흔치 않다.

그는 “우리 사례가 프랑스 한인 입양 역사상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릴 때 프랑스인들이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비속어나 욕설을 해 굉장히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며

“소심한 성격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빠가 대신 나서서 싸워준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가정에 함께 입양된 셀린 리스토르 한국뿌리협회장(왼쪽)과 그의 오빠[셀린 리스토르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도 겪었지만, 양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바르게 자랄 수 있었다고 했다.

양부모를 향해 “열린 마음을 가졌고 따뜻한 분들이라 지금도 여전히 매우 친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입양 한인이지만 친부모를 찾지 않겠다고 밝혔던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처럼 그 역시 적극적으로 친부모를 찾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한때 뿌리 찾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리스토르 회장은 “친부모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간 좋은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러면 좋겠다”며 “내가 갑자기 나타나 그분들의 삶에 불안함이나 혼돈을 주는 것을 전혀 바라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호텔 관광산업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금융 서비스 관련 기업 코러스에 입사해 20여년간 일하고 있다.

현재 최고경영자(CEO)를 보좌해 회사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면서도 다른 한인 입양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한국뿌리협회가 출범한 이듬해인 1996년부터 각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2021년부터는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뿌리협회가 ‘노래하면서 한국어를 배우자’라는 취지로 창단한 합창단 ‘한국의 마음’은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를 순방했을 때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축하 공연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한국의 마음’은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를 순방했을 때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축하 공연 @’한국의 마음’ 김형선 제공

그는 “입양인이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런 심리적인 문제를 마주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용서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포니 아미칼 행사에서 자작시 낭송하는 셀린 리스토르 한국뿌리협회장[셀린 리스토르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스트로 회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재불한인여성회가 입양인들의 교류를 위해 마련한 ‘제11회 심포니 아미칼’ 행사에서 첫 자작시 ‘나의 두 나라’를 낭송했다며 일부 구절을 들려줬다.

그는 “입양인들이 걸어가는 길은 거칠고 복잡하다”며 “나를 버린 나라를 증오하고, 일상에서 상처받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과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나쁜 감정은 누르고 다스려야 한다는 이 시에 많은 입양인이 감동했다”고 소개했다.

딸 릴라는 한인 정체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권유로 몇 년째 한국인학교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릴라는 “엄마의 나라이니까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한글을 읽는 건 괜찮지만 공부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며 웃었다.

리스트로 회장은 “5년 전 딸이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게 돼 부끄러웠다”며

“딸에게 한국적인 뿌리를 물려주고 싶다.

그게 다음 세대에 대한 의무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뿌리협회와 입양인 자녀들을 위한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자문위원인 그는 민주평통과 함께 예술가로 활동하는 입양인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3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7년 만에 방한한 프랑스 입양동포 셀린 리스토르 한국뿌리협회장(왼쪽)이 1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뒤 딸 릴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2.12 raphael@yna.co.kr

출처: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rapha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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