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프랑스 관객 만난 봉준호
Bong Joon-ho a rencontré le public français avec la version remasterisée 4K du film ‘Host’
“넷플릭스, 점점 유연해지면 좋겠다”
괴물 4K 리마스터링 버전 내달 개봉 앞두고 파리서 관객과 대화 신작 ‘미키 17’ 작년 런던에서 촬영 마쳐
“편집에 집중하는 중”
한불통신-ACPP) “영화는 큰 화면으로 봤을 때, 이곳 같은 극장에서 봤을 때 진정한 시네마의 체험이에요. 그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죠.
그래도 ‘옥자’ 이후에 넷플릭스가 많이 유연해져서 일부 영화들은 스트리밍 전에 익스클루시브하게 4주, 6주 정도 극장 개봉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점점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을 들고 봉준호 감독이 프랑스를 찾았다.
26일(현지시간) 파리 르그랑렉스Le Grand Rex 영화관에서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진행한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봉 감독은 넷플릭스가 투자·배급한 영화 ‘옥자’로 지난 2017년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었다.
당시 프랑스 극장협회가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지 않은 작품을 초청해서는 안 된다며 항의했다.
주최 측은 이듬해부터 프랑스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들만 경쟁 부문에 초청하기로 규정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1시간 동안 이어진 대담에서 프레모 위원장이 ‘옥자’ 이야기를 꺼내 들자 봉 감독은 “5∼6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이 얘기 시작하면 형님이랑 나랑 또 밤을 새워야 한다”며 웃었다.
이어 “넷플릭스가 극장 관련 이슈 때문에 여러 스캔들이 많이 있었고, 복잡한 일도 많이 있었지만,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고마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대담에 앞서 2천7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관람한 영화 ‘괴물’을 만들 때도 괴물을 등장시킬 때마다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효과 등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야 했다.
“한국 영화 업계 입장에서는 예산이 무척 큰 영화지만, 몬스터 장르를 기준으로 보면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큰 제작비를 들여야 한다고?’ 하면서 부담스러워 했죠.
동시에 그 예산을 갖고 미국이나 호주에 있는 비주얼 이펙트 회사에 찾아가면 ‘이렇게 적은 돈으론 할 수 없다’고 하는 독특한 상황이었죠.
결국 다 조절해 괴물을 115개 장면에만 등장시켰죠. 부족한 예산이 주는 압박은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극복하려고 했죠.”
그는 ‘괴물’에 대해 “가뜩이나 힘이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 국가,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도움을 못 받는다는 점이 영화를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괴물 영화이면서, 가족 이야기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풍자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저는 정치, 경제, 사회를 보는 확고한 사회과학자의 시선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사회를 봐도 잘 모르는 그 점을 오히려 스스로 활용하려고 한다”며 “모르면 두렵고 불안한데, 불안과 공포가 제가 자신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모르면 두렵잖아요. 불안하고. 나를 둘러싼 세상을 잘 모를 때 오는 불안감, 공포감이 있어요. 저는 그걸 영화에서 잘 표현할 수 있거든요. 정치나, 사회나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정치와 사회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섬세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날 상영한 영화 ‘괴물’의 마지막 20분을 영화관 뒷자리에서 몰래 지켜봤다.
그는 봉 감독은 대형 스크린에서 선명하고 생생한 화질로 ‘괴물’을 다시 본 소감으로 “몇 달 전에 만든 것 같기도 하고 감정이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손을 떠난) 영화를 보는 것은 괴롭죠. 이렇게 해야 했는데, 왜 저렇게 했지, 하는 후회들이 많아요.
아까도 편집을 다시 하고 싶은 부분이 조금 있더라고요. 어… 그래선 안 되겠죠? 그게 어디인지는 비밀입니다.”(웃음)
봉 감독은 ‘괴물’ 고화질 버전은 “한국에서도 재개봉한 적이 없고 프랑스에서 최초로 한다”. “역시 프랑스는 시네필의 왕국”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봉 감독의 ‘괴물’ 4K 리마스터링 버전은 프랑스에서 다음 달 8일 재개봉한다.
봉 감독은 2024년 3월 개봉하는 차기 SF 신작 ‘미키 17’에 관해서는 “영어권 배우들이 나와서 지난해 런던에서 무사히 다 찍었다”고 짤막하게 소개했다.
미국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았다.
작품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아래처럼 대답했다.
“편집하고 있어서 아직 모른다.”
그는 “촬영 현장은 마치 놀이동산에서 범퍼카를 타면서 톨스토이 책을 읽는 듯한 혼란스러운 과정이라 진정한 집중을 할 수 있는 곳은 편집실”이라며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의 차기작과 관련해서 프레모 위원장이 “우리에게 북한은 큰 미스터리”라며 “북한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느냐”고 묻자 봉 감독은 “언젠가 한 번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큰이모가 북한에 있다”고 운을 뗀 봉 감독은 “6·25 전쟁 때 찢어진 이산가족은 (한국에) 흔하다.”
“그렇게 헤어진 가족들이 법적으로 서로 연락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 초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서독과 동독이 분단됐을 때도 서로 최소한의 연락은 가능했는데 한국은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제일 빠른 나라가 한국인데, 한편으로 이런 면이 있다니 신기하잖아요.” 출처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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