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프랑스 친팔레스타인 시위 금지령
La France interdit les manifestations pro-palestiniennes
유럽서 퍼지는 反유대주의 범죄
마크롱 “프랑스 정부, 유대인 시민 보호…증오 품은 이들에게 무자비”
하마스 공격 이후 테러 위협·불법 시위 급증…경찰 경계 강화
미국서도 증오범죄 우려…무슬림 향한 위협도 늘어
한불통신-ACPP 2023-10-13)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무장충돌이 격화하면서 유럽 곳곳에서도 반유대주의 범죄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의 집회를 금지했으며 자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의 보안을 강화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12일(현지 시간) 지역 정부에 모든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금지할 것을 지시했다고 이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프랑스 내에서 반유대주의 범죄 행위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AP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총 100건의 반유대주의 범죄 행위가 보고됐으며 이 중 24건은 체포로 이어졌다.
보고된 범죄 행위에는 언어적 모욕, 유대인 학교와 유대교회당 주변에서 흉기를 들고 있다가 발견되거나 유대교 문화 센터 인근에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 장치를 날리는 경우 등이 포함됐다.
온라인 상에서는 2천 건 이상의 반유대주의 발언이 온라인 감시 기구에 의해 발견됐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유대인 인구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다.
서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를 지닌 나라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중동에서 무슬림 세력과 유대 국가 사이에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프랑스 내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곤 했다.
임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중동에서 벌어진) 이념적 모험을 모방이나 투사를 통해 프랑스 내부로 가져오지 말자”고 당부했다.
또 “프랑스 정부는 유대인 시민들을 보호할 것이며 증오를 품은 이들에게는 무자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각 지역 도지사에게 지령을 보내 유대인 학교와 유대교회당 등의 보안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또 친 팔레스타인 시위 금지와 함께 이를 어긴 불법 시위자들은 “공공의 질서를 방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체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전날 스푸트니크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미 500여곳의 유대인 커뮤니티 인근 보안 정책을 강화하고 1만여 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친팔레스타인 기구들은 프랑스 정부의 시위 금지 조치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공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단체’는 이날 이런 조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지지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반유대주의 움직임은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12일 DPA,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하마스 공격 이후 금지된 상징물이나 포스터, 선동적인 연설이 연루된 범죄 행위 30여 건이 적발됐다.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금지된 베를린 노이쾰른 지역에서는 11일 저녁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모여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당국이 밝혔다.
독일 동부 도시인 켐니츠시에서도 신고되지 않은 집회가 열려 지역 경찰이 8건의 입건을 적용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반유대주의 범죄 사건이 이번 주에만 139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4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영국 정부는 12일 영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300만 파운드(약 49억원) 규모의 추가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자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의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마스의 공격 이후 반유대주의 범죄의 증가가 감시되고 있다”고 적었다.
이스라엘 다음으로 가장 큰 유대인 커뮤니티를 지닌 미국에서도 증오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미국의 정치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사회에서는 중동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유대인과 무슬림을 향한 증오 범죄가 급증했다.
이번 전쟁 역시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뉴욕, 텍사스,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 경찰들은 유대인과 무슬림 거주 지역 인근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 지역에서는 유대교 사원과 빵집의 창문이 깨지는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증오 범죄 수사에 나섰다.
유타주의 몇몇 유대교회당은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을 받아 신도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무슬림을 향한 범죄 위협도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최근 몇 일동안 소셜미디어에서 인종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는 수백개의 게시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CAIR 메릴랜드 사무소는 무슬림과 아랍 학생들이 공립 학교와 대학 캠퍼스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wisef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