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포탄 주고 위성·핵잠수함 기술 얻나
한불통신-ACPP 2023-09-1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 열차에 탑승한 것으로 11일 알려지면서 북러의 재래식 무기와 첨단 군사기술 맞교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날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평양을 떠나 블라디보스토크 방면 러시아를 향해 출발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선 북러 정상회담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정은의 열차가 러시아로 향한 이상 정상급 접촉과 무기 관련 대화 없이 돌아오지는 않으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북러의 무기 거래 우려는 북한이 ‘전승절’이라 부르는 지난 7월 27일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전격 방북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북한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장의 러시아군에 흘러 들어갔다는 정황은 이미 지난해 미국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그러나 바그너 용병그룹을 매개로 한 간접적 지원이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직접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무기로는 재래식 포탄과 대전차 유도 미사일 등이 꼽힌다.
지난달 6일 김 위원장의 방사포탄 생산공장 시찰 보도가 나왔을 때 북한은 그가 지난해 6월부터 생산 공정의 현대화 목표를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1년여 전부터 러시아 지원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122㎜와 240㎜ 포탄에 유도 기능을 부여했다고도 밝혔다.
122㎜는 러시아 등 동구권의 주력 포 구경이고 러시아는 240㎜ 포도 운용하고 있어 북한제 포탄과 러시아 무기의 호환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재래식 포탄을 넘기는 대가로 북한은 첨단 기술을 노린다.
전쟁에서 소모해야 할 포탄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와, 한국과 미국에 맞설 수 있는 비대칭 전력에 해당하는 고급 병기가 필요한 북한은 상호 보완적 관계인 셈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무기 공급 대가로 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의 기술을 요청할 수 있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밝혔다.
위성은 북한이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두 차례 발사에서 잇달아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관련 기술을 뜻한다.
북한은 1차 실패 때는 2단 엔진 비정상, 2차 실패 때는 3단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 오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전 발사체 단계에서 오작동 되었다.
북한은 원활한 발사를 위한 기술을 러시아에 요청할 수 있고 이는 곧 유사 기술이 적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체의 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위성체 관련 기술 역시 북한의 주요 관심사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위성 시험품’을 쐈다면서 이를 통해 촬영했다고 공개한 사진은 해상도 20m 수준으로 파악돼 일반적인 상업용 위성 성능에도 크게 못 미쳤다.
지난 5월 북한이 공개한 위성 실물의 크기와 형태를 토대로 전문가들이 추정한 해상도는 3m 수준이다.
이 또한 통상 해상도 1m 이하의 ‘서브미터’ 급을 요구하는 군사적 목적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것이다.
실제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지난 5월 발사 실패 때 바다에서 건져올린 정찰위성 주요 부품을 분석한 결과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러시아가 북한에 고해상도 광학 장비를 제공하고 북한이 이를 발사체에 실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릴 경우 북한은 남측 일대를 더욱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의 경우 직접 도전하고 있지만, 핵 추진 잠수함은 현 수준에서 넘보기 쉽지 않은 고지다.
러시아의 도움이 있어야 도약이 가능한 분야다.
핵잠수함은 김정은이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공언했던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에 포함됐다.
5대 과업은 ▲ 극초음속 무기 개발 ▲ 초대형 핵탄두 생산 ▲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ICBM 개발 ▲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의 보유 등이다.
이들 가운데 핵잠수함의 진척 상황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북한은 지난 8일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부르는 ‘김군옥영웅함’을 전격 공개하면서 ‘핵잠수함’을 향한 여전한 의지를 과시했다.
다만 통상 ‘핵잠수함’이라고 하면 추진체계가 원자로인 경우를 뜻한다.
이 잠수함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고 밝힌 데서 보듯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북한이 주장했을 뿐이다.
김정은은 이 차이를 의식한 듯 앞으로 “핵 추진 잠수함”도 도입하겠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현재 수중 전력은 총 70여 척 수준이다. 하지만 1950년대 건조된 재래식 잠수함 로미오급(1천800t급) 약 20척 외엔 소형 잠수함정들이다.
2천200t급으로 추정되는 신포급(고래급)은 ‘8·24 영웅함’ 1척만 있다고 알려졌다.
김군옥영웅함은 로미오급을 3천t급으로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이 이름부터 붙이고 본 ‘핵 잠수함’의 본질은 핵무기가 아니라 원양·장거리·장기간 잠항 작전에 있다.
로미오급 등 재래식 디젤 잠수함은 소음이 심한 데다가 정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해서 추적당하기가 쉽다.
핵 추진 잠수함은 몇 개월 동안 물밑에서 잠항하다가 가령 미 본토 인근으로 접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다.
북한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는 곧 물속에 미사일을 장기간 숨겨둘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북한 본토뿐 아니라 광활한 바다까지 들여다봐야 해 한미 대북 감시망의 부담이 급속히 가중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비록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세계 2위 군사 대국답게 전략 핵잠수함 11척을 보유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소형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거나, 인도에 공격 핵 추진 잠수함을 임대한 것처럼 북한에도 빌려주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장기 작전이 가능한 북한 핵 잠수함의 존재는 태평양 전역의 미군을 겨냥할 수 있는 만큼 러시아로서는 북한을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된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접촉을 통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북한이 한미의 안보에 한층 높은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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