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 “가장 위대한 현대 작가 잃었다” / 작품세계
Milan Kundera : “Le plus grand artiste contemporain s’est perdu”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별세…향년 94세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
"체코 현대사 상징"… 조국 체코 총리·대통령 트위터에 추모 글 올려 '제2의 고향' 프랑스에서도 애도 물결… 유럽 의원들, 1분간 묵념
한불통신-ACPP) 체코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 참여 후 탄압 피해 프랑스 망명 1979년 박탈당한 체코 국적 40년만에 회복했다.
또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 작가로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로이터와 AP·AFP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AP는 쿤데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94세를 일기로 숨졌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체코 공영방송 보도를 인용해 별세 소식을 전한 데 이어 그의 주요 작품을 펴낸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가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체코 브루노에 있는 밀란 쿤데라 도서관의 대변인은 AFP에 “쿤데라가 오랜 투병 끝에 어제 파리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29년 브루노에서 태어난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교 교수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다.
프라하 카렐대학에서 문학과 미학을 공부하다 영화학부로 옮겼으며 졸업 후 영화 아카데미에서 문학을 가르치면서 시와 소설, 희곡을 썼다.
공산 체제 아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프라하 예술대학 영화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소설 ‘농담'(1967년), ‘생은 다른 곳에'(1973년) 등을 발표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쿤데라는 이들 작품으로 나라 안팎에서 유수의 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모국에서는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
개혁파 공산주의자로 전체주의에 반대했던 그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1968년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해 8월 소련의 개입으로 시위가 무력 진압된 뒤 이어진 숙청으로 쿤데라는 교수직을 잃고 작품이 금서로 지정됐으며 집필과 강연 활동에도 제한을 받았다.
쿤데라는 결국 1975년 당국의 탄압을 피해 아내 베라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했다.
1979년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박탈당한 그는 1981년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고 2019년에서야 체코 국적을 회복했다.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 고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줄곧 프랑스에서 살았다.
프랑스 망명 후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저술 활동을 이어간 쿤데라는 1984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장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명실공히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소련의 침공으로 스위스로 망명하게 된 외과의사 토마시와 그의 아내인 사진작가 테레자를 중심으로 네 남녀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 죽음을 통해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1988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국내에는 ‘프라하의 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쿤데라는 체코어와 프랑스어로 작품을 썼으며 소설 외에도 시, 희곡, 평론,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했다.
다른 대표작으로는 ‘이별’,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 ‘향수’ 등이 있다.
그는 생전에 체코 작가연맹상, 프랑스 메디치 상, 이탈리아의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 LA타임스 소설상 등을 받았으며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됐다. (브뤼셀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권수현 기자 = shine@yna.co.kr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의 별세 소식에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다.
파벨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애도하면서 쿤데라는 “전 세대에 영향을 끼친 세계적 작가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의 운명 자체로 20세기 우리나라의 다사다난한 역사를 상징했다”며 “쿤데라의 유산은 그의 작품 속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쿤데라와 같은 체코 브루노 출신인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트위터에 “쿤데라는 그의 작품으로 모든 대륙의 전 세대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며
“그는 놀랍도록 소설적이면서도 뛰어나게 수필적인 작품들을 남겼다”고 추모했다.
브루노에 있는 밀란 쿤데라 도서관의 토마스 쿠비첵 관장은 공영 체코 TV와의 인터뷰에서 “체코 문학뿐 아니라 세계 문학도 가장 위대한 현대 작가 중 한 명을 잃었다”고 애도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쿤데라가 1975년 망명 후 여생을 보낸 프랑스에서도 그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쿤데라가 거주한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은 트위터에 “밀란 쿤데라가 우리 곁을 떠났다”고 슬퍼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유럽적인 작가였던 그는 우리 세계의 미묘한 대조를 구현해냈다”고 적었다.
이어 “그의 뛰어난 작품들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지성과 성찰을 담고 있어 우리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쿤데라의 별세 소식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 의원들은 1분간 추모 묵념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san@yna.co.kr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개인의 자유…쿤데라의 문학세계
포스트모더니즘 대표작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90년대 대학가 필독서
한불통신-ACPP 2023-07-12 )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작고한 작가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한 구절이다.
이 소설은 1968년 체코의 민주·자유화 운동과 소련의 침공으로 이어지는 ‘프라하의 봄’ 시기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삶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1984년 발표된 이 소설은 무거운 시대적 상황과 각각의 상처를 짊어진 네 남녀의 각기 다른 사랑 방식에 생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시켜 인기를 끌었다.
작가는 네 주인공을 통해 진지함과 가벼움, 책임과 자유, 영원과 찰나 등 사랑의 서로 모순되는 본질을 짚어 인간 존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소설의 주제 의식에 녹아든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과 교묘히 짝을 이루는 시간 파괴적 서술방식 등으로 인해 이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는 1988년 처음 소개됐다.
당시 계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전재된 후 그해 11월 단행본으로 출간됐는데 첫 출간 당시 독문학자 송동준이 독일어 판본을 옮겨 펴냈다.
이어 11년 뒤인 1999년 불문학자 이재룡이 옮겨 번역본이 새로 나왔다.
불어판 번역본 출간은 불어 판본을 번역하는 게 원작에 가장 충실한 것이라는 작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원래는 모국어인 체코어로 글을 썼지만, ‘프라하의 봄’ 이후 1975년 프랑스로 망명한 뒤 1993년부터 프랑스어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국내에는 쿤데라의 소설과 에세이 대부분이 번역돼 나와 있다.
비뚤어진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를 묘사한 첫 장편 ‘농담’을 비롯해 ‘생은 다른 곳에’, ‘불멸’, ‘정체성’, ‘무의미의 축제’ 등의 소설이 번역돼 있다.
산문집으로는 ‘소설의 기술’, ‘커튼’, ‘만남’ 등이 있고, 가장 최근에 번역 출간된 책으로는 지난해 11월 나온 에세이 ‘납치된 서유럽’이 있다.
쿤데라의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는 개인의 자유와 사랑, 에로스적 욕망을 풍부한 아이러니로 형상화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 장편 ‘농담’의 불역판 서문에서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작가 루이 아라공은 쿤데라를 “금세기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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