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란 작가의 “누와르 Noir”
작가 김상란의 “누아르 Noir”
“Noir” de l’artiste Kim Sang-ran
재불작가
한불통신-ACPP) 파리 에페메르 그랑팔레 열린 ARTCAPITAL 전시에서 김상란의 작품을 3월 24일 만났다. 그녀는 두 장의 한지를 겹쳐 검은색의 물감으로 비구상 행위를 곁들인 자유로운 작품을 발표해 왔다.
검은색은 무채색이지만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색을 흡수하거나 빨아들인다. 단색 중에서 가장 강한 색이며 무한에 가까운 평등한 색이라 할 수 있다.
김상란은 파리 학창시절 지도교수를 만나면서 사막과 같은 검은 색과 연계된다. 사막은 자연조건 가운데 가장 열악하다. 극한조건을 가진 자연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녀는 검은 사막을 보았다. 하와이의 검은 화산재가 남긴 검은 모래 언덕을 경험했다.
다른 사막에도 다녀왔다. 그리고 매료되었다. 사하라 사막을 여러 차례 다녀왔다.
그 경험에서 흰 사막 뒤 역광으로서 검은색을 만난다. 또 대자연이 주는 흰색과 검은 색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사막DUNE DU SABLE의 흘러내림에서 리듬감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흰색한지에 검정물감을 섞어 그 리듬을 엮어냈다.
한지로 크로키 하듯 부조 작업을 한다. 마치 석고작업을 하듯이 틀 속에 형식을 넣었고 중첩작업을 통해 무의식을 동원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접기도 했으며 그 과정 중에 구멍 같은 것이 생겨났다.
부조에서 구멍이 생기면 잘못된 작업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 구멍은 부조로부터 자유로 향한 탈출구였으며 틀에서 벗어나는 우연의 창조적 행위이다.
다시 말해서 하얀 한지 두 장을 겹쳐 추상적인 형태로 탄생하는데는 자연스런 호흡이 그녀를 돕는다. 다양한 접목 형상과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동시에 예술 경계를 두지 않고 검정의 세계를 펼치는 것이다.
그녀는 검지만 빛이 난다고 말한다. 먹물안에서도 청록 빛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여 어둡지만 오랫동안 어두운 곳에 있으면 실루엣이 보이듯이 자체내의 빛을 발하는 신비한 색이다.
또 한국 오방색에서 검은색은 역사와 철학의 영역을 두는데 깊이가 확대된다. 마치 새로운 빛을 찾아낸 것과 같았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한국 오방색의 검은색은 시공간 종합적 개념이라고 한다. 불교에선 깨어가는 삶의 절제 색을 검정색이라고 해서 테두리 선으로 검은색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검은색의 대가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를 오마주할 준비를 한다.
검은색은 평등하게 만드는 색이다.
감추어진 영적 자아를 찾고 내면을 자유롭게 하며 행위로 의도하고자 하는 형식을 추구하기보다는 어둠속에서 나오는 무의식 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김상란 작가는 그녀가 주관한 공간에 10여명의 프랑스 현지작가들을 초대해 함께 전시했다.
종이와 다양한 매체를 결합한 조각 및 설치미술 등 아방가르드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ARTCAPITAL 2023 전시는 SALON COMPARAISONS, SALON DES ARTISTES FRANÇAIS, SALON DESSIN & PEINTURE À L’EAU, SALON DES ARTISTES INDÉPENDANTS 4개의 살롱이 함께한다.
이 중 SALON DES ARTISTES INDÉPENDANTS는 19-20세기에서 우리가 익히 알던 작가들을 등용시켰던 전시로 유명하다.
벵상 반 고호, 조르지 쉐라, 앙리 마티스, 마르쉘 듀샹, 살바도르 달리 등이 이 전시를 통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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