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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쿠르상’ 사르 작가 “식민지배 언어로 쓴 소설이 희망될 수도”

Auteur du ‘Prix Goncourt’ Sarr “Un roman écrit dans la langue de la domination coloniale, on peut l’espérer”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출간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작가 내한

“문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

작가는 외부에서 만든 틀에서 탈출해야”

공쿠르상 수상자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021 공쿠르상 수상작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의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방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3.22 mjkang@yna.co.kr

한불통신-ACPP)  “제가 공쿠르상을 받은 건 순수 문학적인 사건이면서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의미가 담겼죠.”

2021년 프랑스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세네갈 출신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33) 작가는 22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내한 간담회에서 자기 수상에 여러 의미를 부여했다.

프랑스 문단에서 활동하는 그는 31세의 나이에 공쿠르상을 받았다.

1976년 파트리크 그랑빌(당시 29세) 이후 역대 최연소이자 1921년 르네 마랑 이후 100년 만의 흑인 작가 수상자로 기록됐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작가로는 역대 최초 수상이었다.

그는 “제 이름이 보부아르, 프루스트 등 공쿠르상의 전통을 만들어낸 작가들 명단에 들어간 것은 순수 문학적인 의미” 라고 말한다.

“또한 식민지 시절 잔재로 프랑스어를 배운 젊은 세대가 멋진 작품을 쓸 수 있다면 젊은 작가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사건” 이라고 짚었다.

2021년 8월 프랑스와 세네갈 출판사가 공동 출간한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을 출판했다.

이는 젊은 작가 디에간이 천재 작가였지만 표절 시비로 자취를 감춘 T.C. 엘리만과 그의 삶을 추적하는 여정을 그린다.

1968년 ‘폭력의 의무’로 르노도상을 받았지만 표절 시비에 휘말린 뒤 문단에서 사라진 말리의 실존 작가 얌보 우올로구엠을 모델로 삼았다.

그는 “실제 작가의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게 시발점이 됐다.”

또 “문학이 어떠한 힘을 갖는지, 책을 읽고 쓴다는 건 어떤 비용을 치르는 것인지,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문학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었다” 고 돌아봤다.

“제게 문학은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다른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경제, 정치, 역사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문학의 언어와 시간이란 창을 통해 이해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공쿠르상 수상자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021 공쿠르상 수상작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의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방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3.22 mjkang@yna.co.kr

사르 작가는 이 작품에서 문학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포스트 식민지 시대, 현대를 살아가는 아프리카 작가들의 지위, 역사적인 비극적 상황, 탈식민지 시대, 사랑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그는 소설 속 인물들과도 닮은 면모가 있다. 프랑스 문단에 진입한 그 역시 아프리카 문학의 유망주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세네갈에선 그의 수상을 두고 왜 식민 지배를 한 프랑스 상을 받느냐며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는 “탈식민지를 위해 프랑스어를 더는 쓰면 안 된다는 얘기도, 프랑스어로 식민시대 우리가 겪은 폭력을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라고 말한다.

“저는 프랑스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데, 아프리카에 프랑스가 군사 기지를 두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비판적인 의견에 귀를 기울이되 작가로서의 자유에 대한 성역을 깨트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저와 글쓰기 사이엔 누구도 끼어들 수 없죠. 제 목소리로 문학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게 글쓰기 핵심이니까요. 글을 쓰기 위한 작가로서의 저의 투쟁만이 있죠.”

그는 유망주란 평가에 대해서도 “외부에선 작가를 판단할 때 어떻게든 사회학적 측면부터 문체, 연령 등 어떤 칸에 작가를 분류하려 한다”.

“작가는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틀에서 탈출할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엔 결국 작가라는 틀만 남는다” 고 강조했다.

사르 작가는 주한프랑스대사관이 개최하는 ‘공쿠르 문학상-한국’ 행사의 홍보 작가로 지난 21일 내한했다.

30여개 국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프랑스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들이 작품을 읽고 직접 공쿠르상을 뽑아보는 프로젝트다.

그는 “문학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지리적 문화적 거리를 없애준다.”

“이 책이 38개 언어로 번역돼 해외 독자들을 만나는데, 그들의 질문엔 그 나라의 문화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문학의 보편성은 특수한 것에 있다”.

“내 주변 이야기를 쓸 때 멀리 떨어진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고, 멀리 떨어진 이야기를 통해 내 이야기를 발견한다.

세네갈 현실을 쓸 때 가장 보편적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mimi@yna.co.kr

(끝)
#공쿠르상, #문학, S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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